광우병 촛불집회의 이면을 파헤치다
촛불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는가?
파국을 불러왔던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논하다
“광우병 사태는 불균형이 집약돼 사회 전체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사건이다.”
2008년 온 나라를 뒤흔든 광우병 파동을 돌아보며 한국 사회의 불균형 요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보고, 그에 따른 문제 개선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책 《불균형 사회》가 한국경제신문에서 출간되었다.이 책의 저자 허윤과 이지훈은 광우병 촛불집회를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던 불균형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대의민주주의 시스템 전체의 마비를 가져왔던 일대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균형은 상대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상태이며 현실 세계는 거의 대부분 불균형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제한 뒤, 상존하는 불균형을 균형 상태에 가깝게 움직이게 하는 자동 제어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선진 사회’라고 역설한다. 반대로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그 불균형을 오히려 증폭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볼 수 없다. 광우병 사태의 경우는 균형에 동시다발적인 균열이 생겨 불균형이 거대하게 확대되면서 사회 전체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광우병 사태를 초래한 불균형과 그 불균형의 구체적 모습인 비대칭은 어떤 것들이고, 또 그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불균형이 확대되었을 때 좀 더 빨리 균형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사실 직시와 명확한 논리를 통해 차근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글
1장 기억할 만한 지나침
2장 광우병 파동과 세 가지 비대칭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 ‘위험은 곧 느낌’ / 위험사회론 / 가용성 폭포효과 / 집단 극화 현상 / 인터넷과 폭포 휴리스틱 / 왜 여중생이었나? / 음모론의 관점
이해집단 간 힘의 비대칭 소비자의 침묵 / 생산자의 연대 / 생산자 연대의 인터넷 활용 / 여론 추이의 역동성 / 새로운 진영 구축
대외 협상과 대내 협상의 비대칭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 MB 정부의 무능력 / 정치권의 비대칭성 / 남겨진 불씨
3장 몸통을 지켜내는 지혜
부록-1 광우병 촛불집회의 전개 과정
부록-2 촛불집회 주도 단체와 캠페인 방식
부록-3 언론사 보도 내용 및 인터넷 사이트
부록-4 가장 신뢰받은 언론사는?
주
참고문헌
광우병 촛불집회 이면에는 세 가지 비대칭이 자리한다
이 책은 광우병 촛불집회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비대칭 메커니즘으로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한다.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 이해집단 간 힘의 비대칭, 대외 협상과 대내 협상의 비대칭이 그것이며 각각의 비대칭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1.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은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의사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판단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설명 중 하나는 조지 로웬스타인 등이 주장한 ‘위험은 곧 느낌(risk as feelings)’ 가설이다. 이 가설은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걱정, 두려움, 공포, 불안 같은 느낌이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간 광우병 발생 확률이 극도로 낮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의 패닉에 가까운 공포 반응을 보인 이유는 ‘현저성’에 기인한다. 광우병은 파국적이고 치명적이다. 발병하면 매우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그리고 그 현저성은 대법원도 허위사실이라 판시한 바 있는 MBC
2. 이해집단 간 힘의 비대칭
광우병 사태 때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장바구니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철저히 침묵한 반면,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민들은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 및 인터넷 방송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반대 시위를 이어나갔다. 저자들은 이들 사회단체들이 축산 농가의 생존 문제를 정치 어젠다로 인식하고 단체행동을 개시함에 따라 ‘집단 극화’라는 사회적 현상을 배태시킬 수 있는 권력 구조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비슷한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광우병 위험을 계기로 같은 방향으로 더욱 극단화된 입장을 서로 공유’하게 되고, 이는 다시 언론의 폭포효과에 의해 일종의 자기강화 기제를 갖추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조직화된 피해 집단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여론으로 포장되는 비대칭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3. 대외 협상과 대내 협상의 비대칭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 내부 협상 과정을 아예 생략했다. 국내 협상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당시 기획재정부는 ‘쇠고기 협상이 FTA와는 별개의 기술협의의 문제’라는 입장만 고수한 채 산하 FTA 국내대책본부를 적극적으로 가동시키지 않음으로써 국내 갈등의 최소화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는 대내 협상을 체계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이끌 역량도 거버넌스도 갖추지 못했으며, 미국과의 쇠고기 관련 대외 협상 타결 이전의 사전적 공론화 과정과 사후적 설득 작업 모두에 실패함으로써 이는 광우병 파동을 확장시키는 한 요인이 되었다.
불균형을 어떻게 균형으로 되돌릴 것인가?
새 전환기 맞은 나라를 위한 제언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의 불균형을 안정적인 균형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강한 복원력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불균형을 낳는 우리 사회의 비대칭성들에 대한 진지한 자성과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는 대통령의 대내 리더십 발휘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정부 내에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정하고 국무총리실 또는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각 부처의 역할을 미리 또 제대로 분담해 책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국민은 광장에서 그 의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 입법부의 전문성 및 대표성 강화는 행정부의 견제와 건설적인 대안 제시를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안이다. 또한 21세기 한국 사회는 정부 및 국회와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시민사회단체를 원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는 자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경우, 표현의 자유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임이 분명하지만 이른바 일부 매체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탈 진실’을 겨냥한 루머와 괴담 그리고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기존의 정치 균열’에 대한 진지한 보수(補修)와 보정(補正)의 노력 없이 한국 사회는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이 책은 광우병 촛불집회의 이면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그 파국을 초래한 구조적 요인은 무엇이고, 불균형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불균형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비대칭성들에 대해 밝힘으로써 사회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아울러 우리의 진지한 자성과 고찰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