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소득제를 본격 제안하는 첫 번째 책!
경제 전문가들이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기본소득제와 안심소득제를 분석
인공지능, 빅 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드론, 클라우딩, 3D프린팅 같은 기술혁신이 가속화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그로 인한 실업 문제를 대비할 사회 안전망 구상에 모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오래된 구상인 기본소득이 지난 30여 년 사이 재발견되고 그 논의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제4차 산업혁명의 파장도 있지만, 선진국들이 방대한 복지 관료체제와 비효율성, 지속 불가능한 재정 부담, 의존적 복지 수혜자 양산 등 현 복지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를 생명과 함께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자유주의자들이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 제도를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무임승차 문제 때문이다. 개인의 자발적인 자선만으로는 충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관료의 재량권이 최소화된, 투명하고 단순한 복지 제도를 바란다. 반면, 권리로서 보장되는 소득은 평등주의 성향인 좌파 지식인들에게 매력적인 구상이다. 현행 복지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수혜자들에 대한 ‘낙인 효과’를 없앨 뿐 아니라 노동자 계급의 협상력을 높이며, 여성들에게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해주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상 독립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한 사상가들의 논리적 기초는 단순한 좌우 이분법을 넘어 다양하게 나타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 분배란 완벽히 산술적으로 떨어지는 가치가 아니다. 개인의 능력차뿐 아니라 서로 다른 출발선에 대한 조율 등, 수많은 조정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라면, 상대적 약자와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는 원칙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실천 방법이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과연 어떻게 도와야 더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할까.
선거철마다 선심 정책처럼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와 관련 공약이 여기저기 꼬리를 문다. 그러나 현재 주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는 다수 국민에게 재산, 소득,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자는 내용으로, 1인당 최대 연 100만 원 수준에 그쳐 의미 있는 ‘일정 소득’을 보장할 수 없는 규모다. 핀란드 등 기본소득제를 실험하는 다른 국가들의 목적은 실업급여 등 기존 사회보장 혜택을 대체하고 사회보장 제도를 단순화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이점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복지제도에 더해 모든 국민에게 추가 지원을 약속하는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중산층 비중과 DER 양극화 지수 등 추정 결과에 의하면 현재의 소득재분배 정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불균등 완화 효과를 나타낸다. 25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여 안심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소득불균등 정도를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저소득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규모의 예산을 1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소득불균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효과는 미흡했다. 기본소득제에서는 소득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무조건 나눠준 데 따른 결과이다.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기본소득제 도입에 앞서 거치는 실험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본소득제가 근로의욕을 꺾지 않는 복지제도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실험보다는 소수 국민을 대상으로 상당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를 실험해야 한다. 현재처럼 소규모 지원을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은 진정한 기본소득제 실험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한 형태이다.
비판하고, 실행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은 최근 그 논의의 중심에 자리한 기본소득제와 그 대안으로 제시된 안심소득제의 소득 불균등 완화 정도를 다양하고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 사례 분석을 통해 검증하고 알리는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안심소득제를 본격 제안하는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필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발상 전환으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복거일을 비롯, 김우택, 이영환, 박기성, 변양규 등 유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기본소득제와 안심소득제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소득 불균형 완화에 시사점을 던진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역사적, 사회적 배경 또한 돌아보고, 스위스, 핀란드, 미국, 인도와 나미비아 등 관련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실증 또한 놓치지 않아, 다양한 경제 사회 체제와의 비교도 가능하도록 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 역사적 배경,
그리고 다양한 지역적 논의
500년 전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절도죄를 예방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면 엄격한 처벌보다 공공부조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합리적 정책 수단으로서의 최소소득 구상이 뒷날 각 교구 공동체가 책임지는 ‘구빈법(Poor Law)’ 같은 초기 공공부조 제도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계몽주의 사상가인 토마스 페인에서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와 조셉 샤를리에를 거쳐, 사회주의 확산에 그 누구보다도 크게 기여한 자유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 등은 기본소득 논리 개발에 큰 힘을 보탰다. 페인의 논리는 지구상 자연 상태의 땅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라는 전제에서 출발, 정부는 지주들에게서 지대를 받아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리에는 토지의 상속자인 소유주들은 빼앗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샤를리에는 모든 시민에게 ‘토지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전체 부동산 임대료에 기초해 의회가 매년 정하는 액수만큼 받을 권리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그들 모두 토지 소유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일정 소득에 대한 조건 없는 권리의 기초로 본 셈이다.
복지국가 체제가 확장되는 국면이던 20세기 전반기에는 기본소득 논의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정책 논쟁의 주변부에서 지식인들 사이에서나 간헐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19년에서 1939년까지 경제학계에서 뜨겁게 벌어졌던 사회주의 논쟁의 결말은 당시 사회주의 사회 실현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배경에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 제안이 영국에서 무척 활발히 전개되었다. 자유의 가치를 가장 존중하는 무정부주의와 근로 동기에서 장점을 보이는 사회주의를 결합하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모색하던 러셀은 최소소득 보장을 제안했다. 퀘이커 교도이자 노동당원인 데니스 밀너는 ‘국가 보너스’ 개념을 주장하며 실업, 노동 시장 유연성, 낮은 수급 비율, 이윤공유제, 생산 증가 등 향후 기본소득 논의에서 등장할 주요 쟁점을 언급했다. 이미 100년 전 대량 실업 문제를 고민했던 더글라스는 국가배당이라는 수단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술혁신으로 얻은 높은 생산성이 벌려놓은 총산출과, 생산과정에서 분배된 소득 차이를 문제로 인식한 점에서는 케인스와 같지만, 그 차이를 만든 보다 근원적인 이유를 통화 체제에서 찾았다. 따라서 은행 제도를 통해 창출되는 신용화폐의 사회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상업은행이 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해 창출된 신용화폐를 국민에게 배분하는 사회화 메커니즘이 ‘국가배당’이다.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 콜은 일찍이 마르크스 사회주의의 대안으로 ‘길드사회주의’ 구상을 제시하며 1935년 ‘사회배당’ 개념을 도입한다. 뒷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미드도, 사회배당 구상을 실업을 해결할 중요 정책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정책 논의에서 ‘음소득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자유주의자 리스–윌리암스는 기본소득 논의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담은 ‘새 사회계약’을 제시했다. 근로 조건부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으로 그는 1944년 음소득세 구상을 담은 소득세 개혁안을 만든다. 리스–윌리암스가 음소득세를 주장하는 근거는 그 단순함과 투명성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율적 대책이라는 관점에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의 새로운 중심이 된 미국에서 1960년대는 시민권 운동의 절정기였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빈곤 완화 대책으로 ‘음소득세’를 제안했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 사회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동구권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기본소득 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의 음소득세는 서구 선진국의 복지국가 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촉구한 대안들인데 1970년대 개혁에 실패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대처와 레이건이 등장하고 유럽 대륙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후퇴한다. 이 같은 흐름을 배경으로 북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기존 복지 제도의 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기본소득제는 전 세계에 걸쳐 지역적으로도 활발히 실험되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스위스는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인이 ‘기본소득’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6년 스위스에서 관련해 실시한 국민투표다. 최종적으로 부결되었는데, 기본소득 지급안 자체가 불확실했고 이미 스위스는 복지 천국이어서 기본소득 기준 자체가 그리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민자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는 핀란드에서도 실업률 증가는 심각한 문제여서 사회보장 체계를 개혁에 노동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스위스와 같은 2016년, 무작위로 2천 명을 선정해 2년간 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창업 투자·보육 업체인 와이콤비네이터가 2016년 8월부터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5년간 진행 예정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기본소득은 뜨거운 이슈가 되었고, 최저임금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버니 샌더스 열풍을 몰고 왔다. 2011년 6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인도에서,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은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수의 주민들만을 대상이었고, 두 나라 모두 사회보장 제도 자체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아서 기본소득의 효과가 더 극대화되었다. 정부가 아닌 사회단체가 주도해 실시했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 따라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도입될 경우, 세수 문제와 정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이렇듯 기본소득 실험이 실시된 모든 나라에서 어쨌든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예산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의 여부다.
음소득세Negetive Income Tax,
현재 한국 현실에 가장 적합한 소득 불평등 해소 방안
기본소득은 언뜻 보면 간단한 제도지만, 이처럼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여러 문제를 안았다.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데에는 거센 저항과 상당한 비효율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가난 구제라는 선의에서 출발한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 아니라 한계 일자리들을 더 없애는 효과로 이어지고, 오히려 노동자의 자유를 엄격히 제약하게 되었다. 최저임금 기준에 맞는 노동자들을 고용주들이 포기할 경우 노동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지급하는 소득 보조금에도 병폐가 많다.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이익 집단의 개입도 높으며, 제도 자체의 도덕적 해이도 크다. 따라서 실질적인 가난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행정 비용은 더 많이 든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근로 의욕을 낮추어 사회 전반의 경제 활동을 더디게 한다는 점이다.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마이너스 소득세로 간주하는 ‘음소득세’는 이러한 결점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세금과 복지를 하나의 과표에 통합해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보조금으로 인한 근로 의욕 저상도 상당히 줄어든다. 과세와 보조금 지급이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고, 따라서 동질적이라는 경제학적 통찰에서 나온 제도이다.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에서는 한국 실정에 맞는 음소득세를 고안해 대안으로 제시한다. 4인 가구 기준 연간 기본소득을 2천만 원으로 하고 한계 세율을 40%로 하면, 자연히 면세점은 5천만 원이 된다. 즉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는 정부로부터 연간 2천만 원을 현금으로 받고 자신이 버는 소득에 대해 40%의 세금만을 낸다. 이 경우 소득이 올라 5천만 원이 되면, 음소득세도 받지 않고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이 기본소득과 면세점 수준은 현재 우리 사회 소득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소득세가 우리 사회에 도입되어 효과를 내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며 온갖 보조금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런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오히려 또 하나의 보조금이 될 수밖에 없는데, 특정 이익집단 대상인 보조금을 완벽히 걷어내기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의 결론이다. 따라서 면세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세제를 인정한 부분적 음소득세 제도를 ‘안심소득제’라 한 것이다. 근본적인 세제 개혁이 완전히 제시되거나 성공한 적이 드물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현실과 타협한 안심소득제는 현명한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혼란스럽고 낭비가 심한 보조금을 대신하면 진정한 사회 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이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이러한 대안과 주장이 그저 근거가 흐릿한 발언으로 멈추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 우리 사회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현실로부터 도출한 수치와 자료를 통해, 음소득세 도입이 어떻게, 왜 필요한지를 구상이 아닌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