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노후 대비 부동산 성공 법칙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현금흐름)만 잘 잡으면 된다”
부동산은 노후에 어떤 존재일까. 과연 언덕일까, 짐일까.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를 맞은 만큼 부동산은 과거처럼 무차별적 상승은 힘들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일본형 부동산버블 붕괴를 떠올리며 무조건 부동산을 배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0~80%는 부동산이어서 부동산을 빼고서는 노후 자산 재설계를 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원갑의 부동산 투자 원칙》은 투자 심리를 활용한 노후 부동산 성공 법칙을 다룬 책이다. 부동산학 박사인 저자는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시장 분석가로 손꼽힌다. 이 책은 아파트, 다가구·다세대주택, 점포겸용주택, 상가, 토지, 꼬마빌딩 등 분야별로 생생한 투자 사례는 물론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자산관리법까지도 다룬 것이 특징이다. 가령 세입자가 많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은 감정노동의 힘겨움을 모르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독자들이 균형적이고도 냉철하게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문지식이외에도 자신의 정확한 성격과 심리 파악이 자산관리 성패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처음 좋다고 생각(선호)해서 세웠던 계획을 끝까지 유지하는 뚝심, 이른바 ‘선호의 일관성’이 성공의 키워드라는 것이다. 막상 계획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짜놓고도 행동은 감정적으로 하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종신보험 가입자의 74%는 중도에 해지한다. 또 주변에 주식 직접 투자로 성공한 사람이 드문 것도 투자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주식을 내던지는 등 선호의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게 한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수시로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비환금성 자산인 부동산이 자산관리에 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잘 팔리지 않는 비환금성이 오히려 재산을 지키는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비환금성의 역설)이다. 적어도 충동적인 감정에 못 이겨 애써 모아놓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막는 잠금장치로서 가치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단점도 적지 않다. 부동산은 주식 같은 금융자산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수익도 낮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8%, 부동산과 채권 투자 수익률은 3~4%정도다. 그래서 금융지식이 많고 강철심장을 가진 소유자라면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을 통해 부를 늘리는 게 빠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노후 들어서는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므로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일은 힘에 벅찰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고 실물자산이니 태풍이 불어와도 허공으로 사라지는 일은 없어 마음이 편하므로 심리적인 측면에서 메리트가 적지 않다. 즉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면, 부동산은 노후생활 방편에 적절한 활용의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은 자산설계에서 플랜 A(최선)가 아니라 적어도 플랜 B(차선)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은 각각 단점과 장점이 있으므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이분법적인 구분을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물리적인 분류법보다는 통섭의 관점으로 현금흐름이 잘 나오는 지 여부에 따라 가치를 판단하라는 주문이다. 저자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현금흐름)만 잘 잡으면 된다. 현금이 잘 나온다면 나이 들어 무조건 부동산을 줄일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안전자산이면 늘리고 위험자산이면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에 대한 종전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부동산 투자는 최선보다는 차선으로 접근하고 고수익보다는 보험으로서 인식할 때 마음이 편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부동산은 투자보다는 필요로 구매할 때 여유와 편안함을 안겨줄 뿐 만 아니라 가격 스트레스도 덜 겪게 된다고 말한다. 어느 시장이든 미래를 예측하는 전망은 대체로 적중률이 떨어지므로 부동산시장 역시 전망보다는 대응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역설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은퇴 조급증에 빠져 30~40대에 월세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점이다. 저자는 “하루하루 회사생활하기에 바쁜 젊은 시절부터 여러 채의 부동산을 사들여 월세받기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가 강화되는 데다 관리의 번거로움, 넉넉하지 않은 자금 문제도 걸림돌이다. 월세 중심의 부동산 재설계는 현직 때보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는 은퇴 1년 전후 본격 시작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월세는 월급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월급 대신 받는다고 생각하라고 지적한다. 부동산을 통한 노후 준비는 너무 서두르는 것보다 한 템포 늦추는 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주택 다운사이징, 주택연금 가입, 귀촌·귀농, 전원 생활하기 역시 배우자와 합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자신만의 자산재설계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말한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정도는 현장조사 등을 거쳐 스스로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자산 재설계 방법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방향타를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