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끼어드는 불쾌한 감정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
분노의 감정 뒤에는 슬픔이나 두려움, 수치심이 숨어 있다
“뭘 그런 걸 갖고 화를 내?” 우리는 작은 일에 유난히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이런 비난을 던지곤 한다. 가끔은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다독이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되뇌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있는 걸까?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양말을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아내,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먼저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회사원, 퉁명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친구 때문에 기분이 상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감정이다. 저자는 이렇게 문득문득 몰려오는 불쾌한 기분을 떨쳐버리려 애쓰지 말고 그 안에 감춰진 진짜 원인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 원인은 과거 어딘가에 존재하며, 대부분 기억 속에서 거의 잊힌 경험의 층 아래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모기 뒤에 감춰진 그 거대한 코끼리는 대부분 ‘여러 연령대에서 중요한 욕구를 처리할 때 경험한 부정적 경험’에서 생겨난다. 즉 인간이 추구하는 ‘견고한 유대관계, 인정과 존중, 동등한 대우와 공평함, 에로틱과 육체적 사랑, 안전, 호기심’ 같은 기본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거나 좌절되었을 때 이것이 흔적으로 남아 사소한 일에 반복적으로 분노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를 찾는 일은 나의 흔적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방어의 원인을 찾고 견고한 마음의 힘을 찾는 길
마음의 평정을 찾아주는 자아 성찰과 자기 훈련
저자는 모기의 침 뒤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볼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모욕감이나 좌절감 그리고 억눌린 감정을 찾아내서 이해하고 화해해야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 내면의 코끼리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제시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측정하고 평균값을 낼 수 있는 자아진단표를 작성하고, 문제 상황에 부딪쳤을 때 어떤 자기보호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지 분석해보기를 권한다. 또한 문제 상황이나 유리한 상황 아래에서 자기와 타인에 대한 이미지를 양극성 프로파일표로 작성해서 자신의 코끼리에 대한 생각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통로로 마음속의 고난을 인식한 뒤에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한 성찰과 훈련이 이어진다. 모기를 코끼리로 만드는 약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진정시키고,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비효율적인 자기보호 프로그램을 올바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편협한 이미지를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곧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위한 자가 치료법이기도 하다.
일곱 마리 코끼리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하니슈 박사는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일로 평정심을 잃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정말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유물을 발견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과거의 유물, 즉 코끼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잊으려고 애쓴 자신의 훼손된 한 조각을 찾아가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정말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상처 입은 기억을 마음속에서 불러일으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잘못된 자기보호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내면의 평정을 되찾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의 약점에 매달릴 필요가 없으며, 불쾌한 감정을 현실에 맞게 분류할 수 있고, 과거의 상처 때문에 모기를 코끼리로 만드는 일을 막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결국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곳에 적절히 분배하여 쓰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평판을 걱정하느라,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는 지상 목표를 위해 자신을 버려둔 채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욕구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실현하며 사는 것, 그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길이자 이 긴 여정의 끝에 우리가 도달할 종착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