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의 불완전성과 통제권의 영향을 다룬 계약이론의 정수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모든 계약은 불완전 계약이다.
그렇다면 누가 통제권을 가질 것인가?
2016년, 올리버 하트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교수가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이 계약관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로가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때 사회 전체의 효용이 증가한다는 계약이론을 확립한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계약이론이란 정보 비대칭 또는 불완전 계약(incomplete contract)이라는 조건하에서 계약을 맺는 경제 주체들 사이의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경제행위의 근본을 이루는 계약의 과정이 투명하고 쌍방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합의될수록 사회 전체의 효용이 증대한다. 따라서 이 이론은 사적 소유 자산의 최적 배분을 목표로 한다.
《기업, 계약 그리고 금융구조》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올리버 하트 교수의 계약이론에 대한 정수를 담은 책으로, 그는 지금껏 수많은 논문을 쓰고 발표했지만 그의 일생에 집필한 저서는 이 책 단 한 권이다. 하트 교수는 이 책에서 기업과 같은 경제조직체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인 스타트업 기업의 의결권 구조에 대해 이론적 기반을 설계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 개념은 불완전 계약 후 지배력과 통제권 배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조직체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경제 이론에서 지배력과 통제권은 기존 경제학의 표준적인 개념은 아니다. 하트 교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기업이 왜 중요한가’라는 의문과 ‘거대 기업들이 왜 한 번에 모든 거래를 처리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불완전한 계약이론과 재산권적 접근 방법으로 논의를 전개해나간다. 이러한 접근이 기업 소유권의 경계와 자산 소유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책에서 확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기업의 재무 결정, 특히 부채와 자기자본의 본질(자기자본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갖는 이유와 채권자가 압류에 관한 권리를 갖는 이유), 상장기업의 자본구조에 대한 결정, 파산 절차, 기업 주식에 대한 의결권 배분 등을 이해하는 데 있어 불완전 계약이 어떻게 적용되고 통제권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제8장 상장기업의 의결권 구조에서는 차등의결권제도(dual class voting system)에 대해 통제권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제도는 최근 글로벌 차원의 미국 자본주의의 진화라고 평가받기도 하는 제도다. 1995년에 하트 교수가 이런 제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이론화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차등의결권제도가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2004년 상장한 구글이 이를 도입했고, 이후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 스냅 등 미국에서 상장한 많은 벤처기업이 이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은 단기적 금융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미국 내에서는 지배적이고, 미국의 이러한 경제 발전의 근간에는 하트 교수와 같은 이론 제공자가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4차 산업혁명이 기회의 창이 되고, 대기업 주도의 경제를 탈피할 수 있으려면 중소 벤처와 스타트업 기업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주는 것이 현재 대기업과 같은 순환적 소유 구조를 이루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있다.
올리버 하트 교수의 불완전 계약이론과 통제권의 개념은 기존 기업 이론을 업그레이드하고, 금융 이론과 자본 구조의 결정에 대한 이해를 한 차원 끌어올렸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기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소유 구조의 프레임워크 이론을 제공한다.
▶▶ 계약이론의 핵심은 무엇인가?
1. 계약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통제권의 사후 배분이 중요하다.
2. 불완전 계약이론은 기업 간 합병의 경우에서도 누가 어떤 자산에 통제권을 갖느냐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3. 기업의 부채는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이며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지, 기업이 인수 위협에 처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파산 상황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기업의 의결권 문제에 대한 이론적 기반과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4.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인 스타트업 기업의 지배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 누가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금융권 종사자, 파산법에 대한 경제적 관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법조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또한 경제․경영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을 비롯해 기업이론 또는 4차 산업혁명 제도에 관한 깊이 있는 이론적 토대를 다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