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여전히 이렇게 아플까?
상처받은 중년들의 수많은 사연과 그 극복 과정이 전하는 아픔의 치유 방법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 여긴다. 30대에는 40대가 되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도 중년은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린다. 여전히 아프다. 어쩌면 중년이기에 더 아픈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니까 청춘’이라 말할 수 없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모색하고 도모하기에는 더 이상 젊지 않으므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 사회가 주는 압박감, 무력감과 상실감이라는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중년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삶의 한복판에 황망히 서 있다.
특히 저자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사회인으로 살아온 중년 남성들의 삶에 주목한다. 여러 가지 역할과 책임감을 짊어지고 허덕이며 충실하게 살아온 그들이 왜 인생의 중턱에서 주저앉아 힘겨워하는지 그들의 아픔에 공명한다. 그들은 사회가 주입한 남자라는 편견으로,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한다. 속으로 삼키고, 남모르게 아파한다. 그럴수록 내면의 상처는 더 심하게 곪아가고 외로움은 더 깊어진다. 저자는 이런 중년 남성들의 고달픔을 잘 이해한다. 그 역시 중년 남성으로 살고 있고, 비슷하게 인생이 아팠으며, 수많은 중년 남성들의 고민을 듣고 나누면서 함께 치유 방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족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갈등하고 화해하지 못한 중년들의 많은 사연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자식과 갈등하고, 누군가는 갑작스레 배우자를 잃고, 누군가는 인생의 허망함을 토로한다.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고민해봤을 이야기들은 우리 인생의 본질이 어쩌면 아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극복의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수많은 사연을 통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중년을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누군가는 그 해답을 외부에서 찾지만 저자는 우리 내부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존중하고 긍정하자
거기에서부터 행복은 시작된다
아픔의 치유는 자신의 성격과 습관과 가치관을 모두 바꾸는 자기계발에 있지 않다. 성공한 누군가처럼 커다란 야망을 품고 일분일초를 쪼개 살아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중년의 인생이 힘들고 고달픈 이유를 그들의 내면에서 찾는다. 혹시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인생의 실패자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불안과 두려움에 미래를 저당 잡힌 건 아닐까. ‘나이’를 내세워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런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후회하고 진심으로 다시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 안에 자신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자리 잡고 있다면 어떤 모습이어도,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사는 일이다.
지금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치유해야 한다. 그 치유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할 것, 나를 위로하고 격려할 것, 감정 표현에 익숙해질 것, 진심으로 후회할 것, 용서할 것, 공감능력을 키울 것. 저자가 제시하는 상처의 치유 방법은 자신을 모조리 바꾸는 계발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힘을 믿고 따르는 ‘작은 전환’이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자기 내부의 가능성을 꺼내 펼쳐보라는 것이다. 사회적 성공, 경제적 풍요,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말라 하지 말고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어 내가 행복한 일,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행복해야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맑은 날씨가,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친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풀 한 포기가, 때로는 시원한 공기가, 가족들이 보내는 신뢰가, 어느 날은 잘 내린 커피 한 잔이 행복일 수 있다. 삶에 지친 중년은 이렇듯 소박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 그것을 키우고, 그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삶을 뜨겁게 안아주고 응원하는
중년들을 위한 희망 보고서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가지다. 부정적인 에너지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자신과 삶을 긍정하라는 것. 그것은 곧 다운시프터, 단순한 삶에서 온다. 물질에 대한 욕구, 명예에 대한 욕망이 크면 클수록 행복에서 멀어진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그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젊었을 때는 그런 방식의 삶도 가능하다. 그런 열정이 인생을 활기차고 생기 있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중년의 삶은 조금 달라야 한다. 중년은 무언가를 더 많이 성취하고 갖기 위해 경쟁의 선두에 서야 할 나이가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나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키워야 할 나이다.
그러한 자기긍정에서부터 새로운 꿈꾸기가 가능하다. 중년이 꾸는 꿈은 목표 지향적인 꿈이 아니라 목적 지향적인 꿈이다. 삶의 목표와 삶의 목적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돈 자체보다 돈이 주는 여유로움을 추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주고받는 따뜻한 관계의 소중함을 추구한다. 삶의 목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도록 이끌고, 용기를 가지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전념하게 도와준다. 목표와 목적의 다름과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년의 삶이어야 한다. 저자가 그런 인생의 목적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찾았다면 또 다른 중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삶은 아프다. 나이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그렇다. 그런 인생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고통과 고난은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지금까지 누구를 위한 삶인지도 모른 채 숨 가쁘게 살아왔다면, 어쩐지 실패한 인생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온다면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조용히 사색하고 뜨겁게 안아주자. 그것이 앞으로 남은 또 다른 반의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지혜다.